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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북의 대남테러] `황 서울행' 방해 노린 보복 1997.02.16
관리자 2011-11-11 02:10:53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이 베이징(북경)에서 귀순해온 것은 지난

12일이다. 그리고 그 사흘후인 15일 밤 이한영씨의 피격사건이 발생

했다.이씨의 피격은 북한 최고권력자 김정일의 생일(16일)을 하루앞

둔 시점이다.


공안당국은 이같은 최근의 사건흐름을 연결시키면서 이씨의 피격

은 북한간첩의 소행임이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씨 피격

상황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정황증거를 종합한 결과이며, 그간의 북

한측 반응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북한측은 황장엽의 귀순 이후 즉각적으로 「보복」을 다짐해왔

다. 황은 남한당국에 의해 납치됐으며, 이를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최덕근영사가 북한노동자

복장을 한 괴한들에 의해 피살된 것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북한이 「보복」을 공언한 다음의 일이었다.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황장

엽의 한국행을 막겠다는 의도로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장엽 본인에게도 한국으로 갈 경우 이한영씨의 전철을 밟

게 될 것이라는 경고신호를 보낸 셈이라는 것이다.


또한 흔들리는 북한 내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도 그같은 보복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북한 귀순자들은 이와관련 『김정일에게 맹종

하는 대남 과격세력들이 황장엽 귀순 이후 극도로 침체된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김정일 생일에 맞춰 「진상품」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들은 이와관련 이씨가 작년 2월 성혜림 망명 기도

이후 이미 북한의 테러대상 1호로 지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

다. 이씨는 지난해 김일성 일가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수기도 펴냈으

며, 그동안 북한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해 보복테러의 표

적이 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더구나 이씨는 그간 거의 공개된 활

동을 펴오면서 행적이 사실상 노출되어 있었다. 각종 매스컴에 등장

하면서 얼굴도 널리 알려졌다. 북한으로서는 「표적」으로 삼기에 용

이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사건현장의 증거들은 이같은 「상황논리」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

선 피격당한 이씨가 의식을 잃기 직전 목격자들에게 『간첩이야, 간

첩』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목격자들은 권총피격 직전 아파트 엘리

베이터입구에서 다투는 소리가 났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범인들이 이씨에게 자신들의신분을 밝혔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씨가

이를 전달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정황증거는 피격에 사용된 총기가 25구경 벨

기에제 브라우닝권총이라는 점이다. 이 권총은 지난 83년 의

아웅산 사건을 비롯, 95년 부여간첩사건, 지난해 강릉 무장공비침투

사건 등에서 한결같이 북한의 대남간첩과 무장공비들이 사용해온 무

기이다.


경찰도 이같은 상황들을 종합, 16일 오전 대공수사쪽으로 방향을

잡고 범인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공식발표했다. 사실상 북한측 소행

이라는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전부터 우리 사회 깊숙이 잠입해 있던 고정간첩

일까, 아니면 이번 임무를 위해 특별히 남파된 간첩인가.


공안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고첩설이 다소 우세하다. 우선 피

격을 당한 이한영씨가 여러차례 주소를 바꿔 소재 파악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범인들이 사건 여러날전부터 이씨의 소재를 확인하고 다닌

흔적이 나타나는 점, 또한 사건당일 모 「여성월간지」 기자를 사칭해

이씨의 행적을 확인하려 했던 점 등은 범인이 우리 내부환경에 상당

히 익숙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또한 범인중 한명이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있었다고 증

언하고 있다. 지난해 강릉 무장침투간첩이 위장했던 복장과 비교하

면 매우 세련된 차림이다. 또 황장엽의 망명사건이 테러의 직접적인

계기였다면 남파해서 범행을 저지르기에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분

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정간첩은 발각될 경우 조직 전체가 위협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테러와 같은 대담한 「작전」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

다. 또 고첩들은요인암살 훈련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때문에 이번 피격사건은 북한의 지령에 따라 고정간첩이 이

씨의 소재파악 등 사전준비작업을 맡고, 최근 남파된 훈련된 간첩이

최종피격을 감행했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박종세기자 >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199702167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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